이 소설의 시작은 요즘 유행하는 웹소설을 따르고 있습니다. 성공을 눈앞에 둔 순간 와이프에게 모든걸 빼앗깁니다. 그리고 레지던트 1년차로 회귀하는 설정입니다. 복수나 사이다가 중점인 소설은 아닙니다. 의학 소설의 특징을 가지고 짧은 에피소드를 연결하여 구성되어 있습니다.
많은 의학 소설이 있지만 그만큼 대박나기도 어려운 장르이기도 합니다. 전공 지식도 필요하여 관련 계열에서 공부하신 분이나 공부를 하여야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 소설은 마취과를 다루고 있는데 주로 다루지 않은 분야이다 보니 더 흥미진진하게 읽을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인 이현은 우수한 회귀한 경험치를 가지고 우수한 레지던트 1년차를 보냅니다. 회귀 전의 장인 윤과장이나 한 두명의 걸리적 거림은 있지만 빌런은 없습니다. 대체로 바쁜 직업을 가진 동료들은 약간의 질투나 부러움 속에 결국 잘난 레지던트 1년차를 인정하는 셈이죠. 그리고 교수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습니다. 익숙한 설정이기도 하지만 뻔한 이야기일수록 잘 먹히는 법이니까요.
회귀 설정에서 이슈가 되는 부분 중 하나는 남의 것을 가로채는 것입니다. 주인공인 이현은 회귀 전의 미래 의학 기술을 이용하여 환자를 살리게 되었습니다. 이 논문은 다른 사람의 것이었지만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외면할 수 없는 것입니다. 가볍게 언급하는 정도로 넘어갔지만 의술에 대한 작가의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타 회귀 소설에서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을 정당성 없이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걸 주인공의 능력치로만 부여하는 것이 독자들의 시선에 거슬리는 부분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빼앗은 능력에 관해 주인공의 고뇌나 그 부분에 대한 설명 또는 온전한 자신만의 능력으로 성공한 이야기가 많아 지는 것은 좋은 현상인것 같습니다.
실제 과거에는 양판소설로 나처럼 평범한 주인공이 회귀로 미래를 알고 성공한 사례가 많다면
요즘은 나처럼 평범한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천재형인 주인공이 회귀한 능력으로 성공한 사례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아마 이 소설도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의학 관련 소설에서 외과가 주로 다루어 집니다. 외과는 사람의 생명과 직접 관련이 되어있고 순간순간의 흥미진진함을 바로 보여줍니다. 마취과는 외과를 다루는 의학소설을 보면서 그동안 권력의 상징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수술실을 제 때 잡아주지 않는다거나 가끔 무능한 마취과 의사가 나와서 약을 잘못 놓는 실수를 하는 에피소드를 보기도 했습니다. 여기서는 의사가 수술이 끝나기 전까지 안정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붙잡고 있는 역할을 보여줍니다. 마취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수술의 시작과 종료 즉 생명을 이어갈 시간안에 마취과가 하는 역할을 보여줍니다. 외과 의사가 수술을 마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시간동안 정상적인 바이탈을 체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의학적 용어가 나와서 무슨 말인가 싶지만 깊이 빠져서 쉼없이 보게 되었습니다.
수술 과정 외에도 내과적인 추론을 통한 진단을 하기도 합니다.
한 에피소드로 턱이 빠진 환자가 왔을때 마취과에서 프로포폴을 처방하게 됩니다. 그런데 약물이 반응하지 않자 결국 검사로 이어져 뇌종양까지 진단해내게 됩니다. 중간 과정은 생략되었지만 다른 약물로 처방하거나 내과적 질의 응답 과정에서 추론은 의사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심이 정말 최고치에 다다릅니다. 왜 똑똑한 사람만 의사를 할 수 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외 논문 관련한 학회 관련 이야기나 진상 관련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작가로서 진료와 논문 티칭 환자에 대한 자세 등 의사에 대한 생각을 엿볼수 있습니다. 많은 의학소설에서 느끼듯이 이 소설 역시 의사는 돈이나 명예만으로 가능한 직업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최근 의사에 대해 비난이 생겨서 좀 안타깝긴 하지만 역시 이런 능력과 소양을 가져야 하는 직업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요.

